좋은인연/세상 이야기

편지

무너미 2009. 6. 29. 06:19

 

 

편지

 

사무치 다는 말이 있습니다.

속 깊이 스며든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는 그야말로 가슴에 사무처 오는 한통의 편지 글을 읽었습니다.

일본의 한 여인이 일찍이 이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띄운 사연을 옮겨 봅니다.

 

서른두 살에 천국에 가신 당신께, 딸아이를 업고서 전장으로 가시는 당신을 배웅

나갔을 때 포옹해 주시던 당신의 팔 힘을 지금도 두 어깨에 느끼고 있는데 어느듯

세월이 이렇게 흘렸습니다.

 

내 나이가 벌써 여든 여덟 그러나 당신은 그때의 서른두 살 그 나이 그대로겠지요,

제가 천국으로 당신을 찾아가면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물을까봐 겁이 납니다.

부디 반가와 해 주시고 출정 하실 때 안아 주시던 것처럼 저을 꼭 꺼 안아 주세요,

 

만나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딸에 부부 이야기 지난날 나 혼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 왔던 이야기 끝이 없는

이 세상의 밤낮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군요,

내가 그리던 당신은 예전처럼 “그래그래”하면서 등을 토닥거리며 “ 힘들게 살아왔군”

하고 위로해 주시리라고 믿어요,

 

다 시 한번 당신 가슴에 저를 꼭 꺼안아 주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영원히 놓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 올림

 

출처: “정채봉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