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 이재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詩[48]
제부도 이재무 | |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채운 바다의 깊이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의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사랑스러운 변덕이라네
<2007년> |
일러스트=이상진 |
그대와 나 사이에 ‘섬’이 있다 사랑은 수렁이다. 빠지면 황홀은 물론 고통도 함께 온다. 이재무(50) 시인이 발견한 사랑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의 거리와 깊이'. 그것은 수렁이며, 수평과 수직이 따로 없이 서로에게로 휘어질 수 있는 어떤 '사이'다. 시의 제목은 〈제부도〉지만 제부도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대부도가 있어야만 하는 이 시에서 혼자만으론 완전해질 수 없는 결여를 채우는 것은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 수 있는 빛나는 사이인 것. 이 '사이'에선 인간의 언어가 구사하는 모든 대립항들이 원초적으로 뭉개지며 얽힌다. 이 얽힘, 이것이 사랑이다.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처럼, 마주 선 당신과 나 사이 한 발짝만큼의 거리에서 태평양이 숨쉬기도 하고 우주가 숨쉬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것은 '사이' 때문.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사랑에도 '사이'의 비밀이 있어야 오래도록 가슴을 덥히는 사랑의 추억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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