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인연/탑골노인작품

보릿고개/손병영

무너미 2009. 12. 1. 05:36

 보릿고개 - 손병영

 

 

보릿고개

                                                 손병영

빈 보리쌀 독에

대가리 처박고 할고 있던 굶 주림이

물 한바가지 퍼 마시고 빈 트림을 한다

 

호랑이도 피해 간다는 보릿고개

할아버지 호랑이 수염이 빳빳하게 일어나 떨고 있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산 귀신 죽기보다 힘든 삶 견디니

살아서 지옥이요 죽으면 천국인데 지옥도 천국도 아닌 세상에서

굶주려 가며 살아야 하는 보릿고개는 무슨 세상인가

 

거지도 도적도 없는 세상

흙먼지 몰고 가는 바람이 히죽 이죽 웃고 간다.

 

보리 이삭 피는 밭머리에

빈 젖꼭지 물리고 있는 어미 급한 대로 풋보리 의지하고

스스로를 속여 가며 살아온 세월 말없이 살아온 가슴 새까맣게 탄다.

 

그래도 못 버리는 세상의정을 고비 고비 넘어온 눈물 고개

웃음 꽃 피는 오늘의 세상 지척에 두고서.

 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대동제 시화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