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6.25 60주년 특별기획전” 용산 전쟁 기념관에서...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 이우근 / 1950년 목요일 쾌청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 이우근 / 1950년 목요일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을 사이에 두고 10여명은 될 것 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 이였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러 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래해서 입었습니다. 물 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래해서 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래해서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壽衣)를 생각 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서 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 되는 군요 ,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삼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이 편지는 학도병 이우근의 수첩에 적힌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국군 3사단 소속 학도병 이우근은 1950년 8월 10일 포항 여중 앞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이 편지는 그의 군복 주머니에서 발견된 것이다.
※오늘이 어버이날 내 나이도 80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구나.
6.25때 전사한 형님 생각이 간절 하길래 용산 전쟁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세상에 이름 석자만 남긴 비문이 형님의 생의 전부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과 어린 시절 같이 놀던 형님 생각이 날 때면 전쟁 기념관을 찾습니다.
그런대 오늘은 6.25전쟁 60주년 특별기획전을 보다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을 보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이 편지을 여기에 옮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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