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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혈 육 의 정

무너미 2010. 5. 11. 09:16

 

 피는 물보다 진하다/혈 육 의 정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 육 의 정-

김동진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필시 입후보들은 종친회를 기웃거리고, 처가 외가 할 것 없이 온갖 혈연을 찾아다니며 귀중한 한 표를 애걸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피붙이에게 매달리는 입후보자나 ‘이왕이면 다홍치마’ 라고 피붙이를 도와주고 싶은 유권자나 조금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인지상정이니까.

다만 자질 면에서 다른 후보에 뒤지지 않고 별 다른 흠이 없으며 금품이나 청탁이 오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요즘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산가족 상봉장면, 특히 수십 년간 생사를 모르고 그리워하며 살아온 혈육 간에 서로 부등 커 안고 목 놓아 우는 장면을 보노라면 이 각박한 세태에도 피붙이의 정은 아직 살아 있구나싶어 가슴 뭉클하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온 집안이 대대로 한 동네에 살아 집성촌(集姓村)을 이루고 엄한 가부장 밑에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았지만, 차츰 황금만능의 산업사회로 변모하면서 자손들이 뿔뿔이 흩어져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정신없이 뛰어야 하고, 친인척사이를 오가며 가교역할을 해오던 부녀자들마저 맞벌이다, 맞벌이다. 자녀교육이다, 사회참여 다하여 쉴새없이 바쁘다보니 특별한 용무가 아니면 친인척을 찾아 나설 시간적 심정적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날로 확산되는 핵가족으로 예전과는 달리 친형제 간에 조차 왕래가 뜸해지니 하물며 외종이나 고종(姑從), 이종(姨從) 등 외척과는 4촌의 근친간이면서도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예가 적지않다.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도 있지만, 가까운 친척도 멀리 떨어저 살다보면 평소 자주 어울리고 위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웃이 더 친근하게 느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핏줄의 정은 뜨겁고 끈끈하다, 세상사람 모두가 나를 외면할 때 끝까지 나를 버리지 않는 것은 혈육이다.

그 반면에 토라지면 남남보다 더 싸늘해지는 것도 혈육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격으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컸던 만큼 배신감도 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형제는 남남의 시작’이라느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등의 속담이 말해 주듯 피를 나눈 혈육 간에도 남남 못지 않는 경쟁의식과 시기심이 잠제해 있는데다가 피가 섞이지 않은 배우자의 눈길도 작용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근친간에는 잦은 접촉으로 상대방의 속내를 훤히 알고 있어서 쉽사리 자기처지와 비교가 되므로, 상대방이 자기보다 나으면 열등감과 시기심으로, 자기만 못하면 우월감과 자만심으로, 자기와 대등하면 자존심 대립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여 자칫 자존심이 상하고 오해를 낳아, 혈육 간에 그럴 수 있느냐는 생각에 남남보다 더 야속하고 분함을 느끼는 것이다.

아이러니 칼하게도 그런 갈등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일일수록 더 심 한 것 것 같다.

갈등의 원인은 금전관계, 부모봉양이나 유산문제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고부갈등이 시뉘올케간의 갈등으로, 시뉘올케간의 갈등이 형제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아이싸움이 어른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예전 같으면 효제충신(孝悌忠信)을 지상의 덕목으로 삼는 유교의 윤리교육이 투철하여 가정의, 가정의 권위로 가정내 또는 친척간의 불화를 거중조정(居中調整) 하거나 대의(大義)를 내세워 친화를 강요하다 싶이 할 수도 있었지만, 남녀평등사상과 민주주의의식의 확산으로 부권(父 權)이 맥없이 무너지고, 재산상속권의 평준화로 형제자매간의 기둥이여야 할 장형(長兄)의 위상마저 땅에 떨어졌을 뿐 아니라, 엄정 중립의 입장에 서야할 아들이나 남편이 자기아내의 편을 들어 갈등을 더욱 증폭 시키는 에가 적지 않다.

 

부모가 나이 들어 기력이 쇠잔해지면 모든 기대를 자식에게 쏟게 마련이고, 그 바램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은 부귀가 아니라 자식들의 건강과 우애인 것이다.

이 소박한 바램마저 깨어졌을 때 그 부모의 절망감과 슬픔을 자식들은 하번쫌 생각해 볼일이다. 건강문제 할 수 없다고 치자, 우애는 서로 노력하고 마음먹기 나름이 아닌가.

속담에 ‘두 호랑이가 싸우면 작은 놈은 반드시 죽고 큼놈은 반드시 다친다’ 고 했다, 이겨 보았자 얻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이면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법 저 주면서 이기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다. 윗사람은 아량으로 저 주고, 아랫사람은 겸손으로 저 주면 된다. 자가 자존심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혈육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비록 자기 잘못이 없더라도, 내키지 않더라도 부모를 이해 눈 딱 감고 고개을 숙이는 것이다. 대면하기 쑥스러우면 전화나 편지 혹은 인터넷상이라도 좋다.

‘그 동안 죄송했으요, 앞으로는 잘할래요’

이 한마디로 그 동안 꼬이고 형클어졌던 모든 감정이 확 풀리고 서로 마음이 편해질 것이 아닌가!

흔히들 가까운 사이에는 돈 거래를 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하기 좋아 하는 말이지, 가까운 사이 말고 누구에게 손을 내밀며,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누굴 믿고 돈을 빌려주고 보를 서 주겠는가?

졂었을 때 나도 두 친척에게 보를 서준 죄로, 마침내 집을 팔아 이자까지 말끔히 물어준 적이 있는데, 그 후 양쪽 모두 아무 일 없었던 듯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 때 만약 내가 그 일로 해서 어느 한쪽이라도 소원하거나 인연을 끊고 지냈다면 나는 평생 얼마나 마음 무거운 삶을 살아야 했을까?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 당장은 큰 손해 같지만 그것을 손실로 보지 말고 장래의 행복을 위한 투자나 보험가입으로 여기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 일면식도 없는 남을 위해 거금을 자선하는 이도 있는데, 하물며 피붙이를 위해 그 정도의회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은 가.

돈은 없다가도 생길 수 있지만. 혈연은 끓을 내야 끓을 수 없고 죽은 뒤에도 끓어지지 않은 것이 혈연이다.

우리 민속노래 <정타령>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정이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

그러나

그것을 느끼게 되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그것이 말라버리면

마음이 한없이 거칠어진다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정이다.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정이다.

세상에 가장 강한 것도 정이다.

정에는 여러 모습이 있지만, 혈육의 정 그것은 친구간, 동료간, 이웃간의 정과는 다르다. 서로의 몸에 한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이 글은 서울노인복지센터에 나오시는 83세의 선배님이 주신 글입니다.

 

                

인생은 새옹지마 (塞翁之馬)/김용임

 

사노라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는것을

쓰다달다 투정을 말고 툭 털고 일어나 봐요

실타래 풀리듯이 가는 세월은 너의사랑 나의 정이지

어찌어찌 그렇게 좋은날만 있을까

 

개였다 흐렸다 흐렸다 개였다

우리네 인생살이 인생은 새옹지마

 

이런일로 저런일로 돌고돌아 한- 세상

쓰다달다 투정을 말고 툭 털고 일어나 봐요

실타래 감기듯이 오는 세월은 너의희망 나의 꿈이지

어찌어찌 그렇게 좋은날만 있을까

 

개였다 흐렸다 흐렸다 개였다

우리네 인생살이 인생은 새옹지마

 

주(註)

새옹지마塞翁之馬 [명사]

인생의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말.

‘회남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말로

옛날에 북방의 한 늙은이가 기르던 말이 달아났다가 준마(駿馬) 한 필을 데려왔는데, 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져 전쟁에 나가지 않게 되어, 목숨을 구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