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가을엔 이런 편지를 받고 싶다
받는 편지엔
말린 낙엽이 하나 쯤은 들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린 낙엽의 향기뒤로
사랑하는 이에 체취가 함께
배달 되었음 좋겠다.
한줄을 써도 그리움이요
편지지 열장을 빼곡히 채워도
그리움 이라면
아예 백지로 보내오는 편지여도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겐
백지 한 장 이겠지만...
내 눈에는 그리움이 흘러 넘치는
마법같은 편지
그 편지지 위로 보내온 이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을 쏟게 되어도...
가을엔...
그리운 사람으로 부터
편지 한 통 날아들면 정말
행복 하겠다.
이 곡은 고은 시인이 ‘가을 편지’라는 시가 아닌 노랫말로 쓴 가사에,
가수 김민기가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라는 낭만이 풍부한 노래로 변모시킨 바..
대부분 이 노래를 연상할 때 패티김을 떠올리겠으나,
처음 세상에 알린 이는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샹송가수 최양숙이죠.
1970년대 클래식적 감각이 풍부해 대중들로부터 사랑 받았고,
이후 이동원이 리바이벌했고 양희은 석찬 패티김 강인원 조관우 박효신 보아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불러져 가을의 명곡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가을이 오면’, ‘가을에 떠난 사람’,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등
수많은 곡들이 가을을 모티브로 했으나 이 노래는 단연 으뜸을 차지합니다.
어쩌다 읊조리고 있을라치면 1970~1980년대 라디오에 엽서 사연을 보내던
흘러간 추억은 물론이고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친구에게 또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흘러간 옛사랑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지 않을까?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니, 어디선가 분명 가을이 오고 ...
가을밤 풀벌레 우는 소리와 달빛을 한껏 들여놓은 창문 옆에서 ..
오늘은 소프라노 신영옥씨의 노래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편지
고은 詩 김민기 곡
신영옥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너무 아름다운 시상 같은 가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왜 가을엔 편지가 쓰고 싶어질까?
성숙해지고 농염해진 자연의 아름다움,
그러나 그 많은것들과 곧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련지..
이별하기전에 한번 더 봐 두어야 할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올려다본 은행나무 가로수 잎이 조금씩 노랗게 변해가고 있고.
조금 있으면 은행 나무 열매들도 떨어질테고, 도토리도 떨어질테고..
가을은 그렇게 수확을 우리에게 돌려주고 조용히 물러나겠죠.
그러다 찬 서리가 내리고 나면, 샛 빨게진 잎들이 길가에 뒹굴고
바람이 불때마다 무대위의 색종이꽃 처럼 쏟아져 내리고...
마침내 나머지 한 잎 마저 조용히 떨어져 버리면
그야말로 발가벗은 채 긴 긴 겨울의 문턱으로 힘겹게 혼자 들어서겠지.
이 가을에 무엇을 내 눈속에 일년동안 살아있을 그림을 넣어둘까?
자줏빛 강아지풀의 흔들거림을,
꼴밤 나무의 열매들이 바람에 부뎃겨 어느 소녀의 귀걸이 처럼 달랑거리는 모양들을..
아니면, 고개숙인 나무의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늘어져
소리없는 여인네의 긴 치마자락 처럼 이리저리 춤 추듯 너울 거림을..
가을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색깔과 향기, 그리고 자라난 모양새 까지도..
그래서 이런 모든것들을 사랑하는 이와 나누고 싶어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이 가을 누군가에게 긴 편지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