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움직인다.
나무가 움직인다
우리는 보통 나무는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고정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들은 식물이므로 생각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물의 몸 안에도 여러 가지 영양분이나 수분, 또는 호르몬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 식물의 가지를 살펴 보면 태양을 따라 팔을 뻗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뿌리도 끝임 없이 수분을 따라 조금씩 이동한다.
실제로 아마존 밀림 속에는 몇 개월이 걸리기는 하나 뿌리를 드러내서 성큼 성큼 몸체를 옮기며 움직이는 나무가 있다. 또한 노래 소리를 들으면 춤을 춘다는 무초라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작은 식물들로는 잎에 촉각이 있어 자극을 받으면 움직이는 미모사나, 수 십 가지의 식충식물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어서 인간과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나무들이 계절 마다 다르게 단장하며 모습을 바꾸는 것도 나름대로 하는 감정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도 어디론가 이동하고 싶은 열망에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다. 우리와 방법이 다를 뿐 나무들 나름대로의 이동 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식물도 임신을 한다. 식물의 임신이라 함은 보통 수정되어 배(胚)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종자가 성숙해서 완성되기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임신 기간이 약 3개월 에서 8개월 정도가 된다고 한다. 가장 짧은 기간에 종자를 완성하는 나무는 버드나무나 포플러 종류가 있는데 이들의 임신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봄철에 솜털이 날려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들은 이들의 꽃가루가 아닌 종자들이라고 한다.
꽃이 핀 후에 바로 종자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으로는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 나무들이 있다. 소나무의 경우 5월에 꽃이 피지만 성장 휴지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솔방울로 자라지를 못한다고 한다. 이들의 씨앗은 다음 해 봄부터 다시 빠른 성장을 시작해서 가을이 되어야 솔방울을 완성한다고 하니 임신 기간이 매우 긴 나무들인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종족을 보존시키려는 본능이 있다. 식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들의 종자를 효과적으로 옮겨주어 좋은 환경에서 자리를 잡게 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들과 차이가 없을 것 이다. 나무의 열매는 생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그 모양에 따라 나무의 종류를 구분하는데 요긴한 형질이 된다고 한다. 한편 열매들은 종자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는 중요한 산포(散布)의 역할도 한다.
한다. 바람에 비산(飛散)시키기 위해 종자에 날개를 달아준 것도 있고, 동물을 유인하는 향을 내서 맛있게 먹힘으로 운반되어 지기도 한다. 또한 가벼운 해면질(海綿質)로 물에 떠서 운반되거나, 동물 몸에 붙도록 접착 물이 있는 열매도 있다.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과 여러 수단을 통해 나무는 자신의 종자를 이동시키고 있다.
나무에게 열매는 미래의 꿈이기에 그들은 꾸준히 종자를 만든다. 나무들이 인간의 눈에는 부동적이고 꼼짝 못해 답답해 보일지 모르나 그들은 나름대로 주어진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자신은 비록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더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각고(刻苦)의 어려움이 있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모든 정성을 다 하고 자식들의 삶이 자신들 보다는 행복하게 되기를 꿈꾸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자신의 종자가 이런 저런 방법으로 널리 옮겨져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나무들은 답답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넓은 세상을 보았고,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