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서울은 복어국 먹는 계절
[가슴으로 읽는 한시] 서울은 복어국 먹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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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복어국 먹는 계절(億洛中河豚羹· 억낙중하돈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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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은 한강에서 복어 잡는 계절 복사꽃 필 무렵 그 시절이 그리워라 기름 치고 미나리 삶아 꿀물에 썩어 맛 좋은 국물 나눠 손님들께 대접했었지 이곳에 멀리오니 어느 누가 입에 댈까 지난날 흥겹던 일이 전생처럼 아득하다 가슴 가득한 객수를 누구에게 터놓을까 창가에 홀로 앉아 시나 한수 짓노라 |
方春漢水釣河豚 億在挑花未發辰 (방춘한수조화돈 (억재도화미발신) 芹煮香油和甘汁 羹分美味餉嘉賓 (근자향유화감즙) (갱분미미향가빈) 遠來此地誰沾口 却夢前遊若隔塵 (원래차지수첨구) (각몽전유약격진) 滿腔客懷誰與語 晴窓只可覓詩新 (만강객화수여어) (청창지가멱시신) |
-권상신(權常愼)·1759~1824) | |
1824년 대사헌으로 있던 권상신이 순조의 비워를 건드려 평안도 영변으로 귀양을 갔다. 봄과 여름을 영변에서 보낸 그는 음력 3월 복사꽃이 필 무렵이 되자. 불현 듯 고향이 그리워졌다. 그 무렵이면 한강에는 복어가 많이 잡혀 요리를 잘하는 집에서는 손님을 청해 복어국을 대접하곤 했다. 서울에서 복어국은 봄철의 대표적인 풍미(風味) 가운데 하나였다. 시인도 복어 국을 즐겨 먹는 미식가의 한 사람이었으리라, 그런데 귀양지 영변에서는 복어 국을 잘 먹지 않았던 듯, 그는 불쑥 복어 국이 먹고 싶어졌다.
입맛 그것도 고향의 입맛은 다른 어떤 것 보다 더 감각적이다. 지금 쫌이면 서울에서는 복어를 잡아 벗들과 어울려 제철음식을 즐기며 시끌벅적할 텐데···, 복어국의 향기와 맛은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을 때 맛이 더 해진다. 객지에서 입맛을 쩍쩍 다시며 시인의 외로움은 한층 깊어진다. (조선일보 4월 21일) 안대회 성균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