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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좋은 햇살

무너미 2012. 4. 26. 06:41

 

 

 

[가슴으로 읽는 동시] 좋은 햇살

 

좋은 햇살

 

좋은 햇살

기저귀 하나만 말리기엔

아깝죠,

 

오줌 싼 아기 이불도

내다 걸어요,

 

아깝다며

호박잎 콘 손이

햇살을 받아 모아요.

 

“아깝다,”

“아깝다.”

숲에서, 들에서

햇살을 받아 모으는

초록빛 손 손 손···. 

 

  -신현득(1933~ )

 

 

우리는 햇살을 아까운 줄 모르고 산다. 어디 햇살뿐이라, 물도 그렇고 공기도 그렇다. 햇살 하나가 콩 한 톨로 여물고, 벼 한 알로 익어가는 것을 모른다. 겨울이 끝나고 야들야들한 새잎 같은 햇살이 비추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반갑고 햇살 아래 살고 있음이 마냥 고마워진다.

 

좋은 햇살은 좋은 친구처럼 그냥 보내기엔 아깝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기 기저귀와 오줌 싼 이불을 내다 말린다. 그리고 호박잎과 숲의 나무와 들의 풀들은 손을 펴서 햇살을 받아 모은다. 아마 이 좋은 햇살 비추는 날에 어머니는 간장을 담그고 벚나무는 펑펑 꽃망울을 터트릴 것이다.

 

이즈음 아이들은 물건 아까운 줄을 모른다. 한 번 쓰고 획 던져버린다. 콩 한알도 아끼려고 마당에 떨어진 콩알을 줍느라 해 저무는 줄 모르던 시절을 요즘 아이들은 과연 알까? 만물은 햇살 하나, 물 하나도 허술하게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받아 모은다. 그리고 그것들로 속살을 알차게 채운다. 나도 나무처럼 풀처럼 손을 펴서 모으리라. 아까운 햇살을, 이 햇살로 무엇을 할까 생각 하면서. (조선일보 4월 26일)

이준관·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