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

[가슴으로 읽는 시] 튤립

무너미 2012. 5. 14. 06:02

 

 

 

 

[가슴으로 읽는 시] 튤립

 

튤립

 

아이들이 울고 있다

 

난 그 아이들을 달랜다.

빨갛게 울고 있는 것들을

아니 노랗게 우는 것들을

그러나 내 노력 효험 없어

꽃 밭 더 시끄러워지고

 

자전거 세우고 소녀 한 명이 내린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더니

튤립 한 송이 꺾는다.

아이들 울음이 뚝 그친다.

 

그리고 보면 이 세상 애중은

저 꽃밭에서부터 출발한 것이고

내 사춘긴 그 소녀 자전거에서 내린 것

 

소녀가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아이들도 다시 울기 시작한다.

 

                                  -김영남(1957~ )

 

 

제 가진 붉음 다해 핀 튤립, 제 가진 노랑 다해 핀 튤립, ‘울금화(鬱金花)’라고도 하던가. 가슴이 벅차도 울음이 되던가. 존재 전부가 울음인 아름다운 꽃들, 우리는 한 때 그러한 꽃이었던 것이다. 꽃밭 같은 마음, 꽃밭 같은 몸뚱어리, 그것을 달래지 않고서야 세상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달래는 일이 일생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 곁으로 한 소녀가 왔다. 그뿐이다, 그러나 존재 전채를 다해 울던 울음도 그칠 만한 순간이다. 딱 하나만 꺾어 들고 소녀는 갔다. 그 뿐이다. 수많은 애욕(愛慾)이 다시 울기 시작한다. 우리는 끝내 찬란히 달랠 수밖에는 없다. 도 (道)를 닦는다는 말이다. (조선일보 5월 14일)

장석남․ 시인․ 한양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