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今日送此盜)
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今日送此盜) 과천 현감의 송덕비가 생각납니다. 조선조 지방수령 중 과천현감은 서울이 가깝고 오가는 고관을 접촉하기 쉽고 세금 징수가 많기 때문에 재물을 모아 뇌물을 상납하여 조정의 좋은 자리로 영전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과천현감이 영전하여 서울로 떠나게 되자 아전들이 송덕비를 세우겠다며 비문을 어떻게 할까 문의 하였답니다.
그러자 현감이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여 아전들이 남태령에 송덕비를 세우고 현감에게 제막식을 하고 가시라고 했답니다. 현감이 잠시 행렬을 멈추고 포장을 벗겨본 즉, 비문에는 今日送此盜(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 씌어 있기에 현감이 껄껄 한번 웃고 그 옆에 한줄 더 씁니다. 明日來他賊(내일 다른 도둑놈이 올 터인데) 현감이 떠나자 아전이 또 한 줄을 보태 쓰는데 此盜來不盡(도둑놈들만 끝없이 오는 구나) 지나가던 행인이 보고 또 한 줄을 더 보태어 서서 擧世皆爲盜(세상이 모두 도둑놈뿐이구나.) 이렇게 비문이 완성됐다고 합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은 제6공화국에 해당하는 보통사람의 위대한 정부부터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그리고 MB정권까지 5년마다 이 나라의 수장이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을 뽑을 때 마다 그 밑에는 이름만 달리 했지 허가 받은 도둑들이 5년마다 계속 등장 했습니다.
올해도 우리는 실오라기 같은 회망을 안고 대선을 치를 것입니다. 하도 당하다보니 이제는 최악을 피해 次惡의 선택이라도 가정해 봅니다. 최악이라면 정치도 빵점에 온갖 비리로 얼룩진 지도자를 만나는 일인 것입니다. 차악(次惡)은 다소 비리가 있더라도 정치 하나만은 탁월하게 해내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성직자를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허물은 묻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백성을 배부르고 따뜻하게 해주는 정치의 본질에 충실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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