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비꼴 일이 있다 有諷(유풍)
비꼴 일이 있다 有諷(유풍)
소리개가 병아리를 나꿔채 鳶攫雞兒去(연확계아거) 동산의 높은 나무가지에 앉네. 東山高樹枝(동산고수지) 가련하다 하늘 높이 날아야 할 새가 可憐九霄翼(가련구소익) 배고프니 안 하는 짓이 없구나. 飢來無不爲(기래무불위) 불쌍하다 세상의 선비된 자들 矜矜世上士(긍긍세상사) 앞으로는 무얼 할지 알기 어렵네. 前頭難預期(전두난예기)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야 할 뿐 惟自善終始(유자선종시) 공연히 목소리만 높이지 말라! 莫謾大其辭(막만대기사)
- 김도수(金道洙․ 1699~1733)
조선시대 숙종 임금의 외사촌뻘인 춘주(春洲) 김도수의 시다. 그는 왕가의 외척(外戚)이기는 했으나 불우하게 지내며 일그러진 세태를 풍자한 시를 즐겨 지었다. 병아리를 채가는 소리개는 고고하게 살아가야 할 지식인과 관료다. 하늘이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건만 배만 고프면 하늘을 버리고 지상으로 낙하한다. 욕구를 채우려고 안 하는 짓이 없다.
그런 그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범상한 사람들이 어떻게 짐작하겠는가? 고상한 척 정의로운 척 큰소리를 친 그들의 과거를 믿어선 안 된다. 그랬다가는 병아리만 당한다. 지금도 지상으로 낙하하는 소리개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 10월 13일)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