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슴으로 읽는 동시] 집오리
무너미
2012. 10. 25. 07:18
[가슴으로 읽는 동시] 집오리
집오리
우리 속에 날 왜 가둬 왜 왜 왜 왜
문 열어주면 넓은 세상 빨리 가자 갈 갈 갈 갈
연못에 뛰어들어선 어, 시원하다. 어 어 어 어
- 권오훈(1937 ~ )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집오리가 시끄럽게 꽥꽥거린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우리 속에 왜 가두느냐고 항변하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면 넓은 세상에 빨리 가자고 갈갈거리며 연못으로 달려가는 줄도 몰랐다. 연못에 뛰어들어서는 마냥 좋아서 어, 어 하며 헤엄쳐 가는 줄도 몰랐다.
어디 집오리뿐이랴. 요즘 아이들이 집오리처럼 갇혀 지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아이들은 집에 갇혀, 학원에 갇혀 하루 종일 지낸다. 그리고 그 좁은 세상이 전부인 줄만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으로 가도록 문을 열어주자. 바깥세상은 아이들이 배워야 할 큰 학교다.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면서 아이들은 큰다. 아이들이 나를 왜 가두느냐고 왜, 왜, 왜 하고 자꾸만 묻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조선일보 10월 25일)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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