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아침 아이들
무너미
2012. 11. 29. 07:49
아침 아이들
거미줄은 아침 이슬 아기바람 새소리까지 모두 걸었습니다.
거미는 몇 번이나 하늘을 내다 봅니다.
처마 끝 새 하늘이 걸렸습니다. 부신 해가 철렁 걸렸습니다.
발자국 소리도 지껄임 소리도
아이들은 하늘을 도르르 말아 해를 가져갔습니다.
거미는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고 온 마을은 햇살의 나라가 됩니다.
-허호석(1937~ )
맑은 날 처마 끝 거미줄에 이슬과 새소리가 걸려 있는 아침 풍경이 참 해맑다. 잠자리 날개 같은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파란 하늘과 해가 눈에 부시다. 아이들이 거미줄에 걸린 하늘과 해를 도르르 말아 갖고 가면 거미가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는 동심의 풍경이 아침 햇살처럼 밝고 환하다.
뜨개질을 하듯 촘촘히 짜놓은 거미줄에 아침 이슬 총총총 맺혀 있는 마을에 나도 가보고 싶어진다. 그곳에 가서 아침의 아이들이 되어 처마 끝 거미줄에 걸린 하늘을 도르르 말아 해를 갖고 싶어진다. 거미가 은빛 거미줄을 처마 끝에 내걸면 온 마을이 햇살의 나라가 되는 곳이 문득 그립다.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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