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3. 1. 1. 07:03

 

 

[가슴으로 읽는 시조] 꿈꾸는 와불(臥佛)

 

꿈꾸는 와불(臥佛)

 

천년 우로 하늘 바라

눈 뜬 채 누운 미륵

새벽 닭 울자마자

못 세워 버린 대로

도솔천

우러러 지쳐

솔바람에 자는가.

 

봄가을 산새 소리

속절없는 세월 속에

떠가는 구름 바라

하염없는 눈길 주며

언제나

깨어 일어나

바램 이뤄 볼 것인가!

 

하나는 입상으로

또 하난 좌상으로

닿붙여 이은 슬기

행여나 외롤세라

즈믄 해

못 일으킨 뜻

누굴 향해 물으랴.

 

                    ―정소파(1912~      )

 

 

101세의 현역 시인! 작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에서도 유일한 생존 시인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아직도 날마다 시조를 생각하거나 짓는다는 육성(肉聲)은 카랑했고 모습도 꼿꼿했다. 첫 발표가 1930년 '개벽(開闢)'이니, 시조와 함께한 날만도 8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다.

 

하지만 전남 화순 운주사 골짝의 와불(臥佛)에 비하랴. 와불은 '즈믄 해'를 한결같이 누운 채로 보내고 있다. 거대한 와불 앞에 서면 우린 그 발치의 자디잔 모래알 같고, 잔바람에도 흔들리는 일년생 풀꽃만 같다. 그래서 와불과 천불천탑(千佛千塔)을 보러 운주사에 가곤 한다. 그런데 무엇이 저 와불을 일으킬 것인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미륵 세상, 올해는 더 좋아질 것인가.

 

정수자·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