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3. 1. 23. 08:16

 

 

[가슴으로 읽는 시] 쓸쓸한 화석

 

                                  쓸쓸한 화석

 

겨울비 내린 뒤

언 땅 위에 새겨진

어지러운 발자국

발자국 위에 또 발자국

뉘 집 창문 앞일까?

 

결코 놓칠 수 없었던,

끝까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그러다 끝내

서로에게 스미지 못하고 뒤엉켜버린

순대 같은

아니 식은 떡볶이 같은

저 지독한 사랑의 흔적

 

그 진창의 발자국 속에는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말들이

살얼음처럼 간략하게

그러나 서로를,

힘껏 당기고 있다

밟아봐, 얼음 깨지는 소리, 경쾌하지?

 

둘러봐라,

내 생각엔

이 근처 어딘가에 그들의 무덤이 있다

 

                     ―이창기(1959~       )

 

 

겨울의 명물 중 하나는 눈 녹은 진창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그게 무슨 명물이냐고?). 날씨가 잠시 풀려서 질척대는 길을 걷는 것은 얼굴 찌푸려지는 일이다. 하나 다시 추위가 몰리면 발자국들이 꽁꽁 얼어 엉켜 있다. 그럴 때 그 흔적들은 예사롭지 않다. 그 '쓸쓸한 화석'은 우리 내면의 자화상과 똑 닮아 있는 것이다(그래서 명물이라고 하면 너무 작위적인가?). 우리 욕망의 무늬가 그렇고, 사랑의 무늬가 그렇고, 이른바 성공의 무늬가 그렇다. 그중 나의 것도 찾아본다. 크고 어지러운 것! 누군가의 발자국을 밟고 있고 또 여기저기 누군가의 것에 짓눌려 있다. 그 '겹침'이 사랑뿐이라면 오죽 좋으랴. '발자국' 뒤꿈치 안에 낀 살얼음, 그것이 우리의 삶을 새긴 비문(碑文)일 것이다. 날이 풀리면 '화석'도 '비문'도 그저 한물건일 뿐이다. 모두 '무덤'으로 간 흔적이라서 아름답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오늘의 좋은 글

 

장애물을 뛰어 넘어라!

장애물은 결코 당신을 가로막을 수 없다.

설사 벽과 마주치더라도 포기하지 마라.

벽을 기어오르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궁리하라.

 

- 전설의 NBA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