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무게
[가슴으로 읽는 시] 눈의 무게
눈의 무게
느티나무 가지에 앉은 눈의 무게는 나무가 가진 갓맑음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느티나무가 입은 저 흰옷이야말로 나무의 영혼이다
밤새 느티나무에 앉은 눈은 저음부를 담당한 악기이다 그때 잠깐 햇빛이 따뜻하다면 도레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도 보일 게다
―송재학(1955~ )
햇빛 속에 내놓은 상감청자 같은 시다. 겨울의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면 수많은 잔가지로 자글자글 하늘을 금가게 하지 않던가. 청정(淸淨) 하늘에 새겨진 상감기법의 가지들 말이다.
느티나무는 밑둥치는 대단해도 그 끝은 성냥개비보다 얇은 가지들이 수없이 얽혀서 펼쳐져 있다. 그러니까 여간 조용하지 않으면 거기에 눈은 앉을 수가 없다. 소복하게 느티나무 가지에 눈이 쌓였다는 것은 전날 밤 꿈이 사납지 않았다는 것!
느티의 '갓맑음'의 영혼을 보기가 어디 쉽던가. 더불어 그 아래를 지나갈 때도 고요히 조심해야 그 영혼이 쏟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저음부의 악기가 되는 셈이다. 다만 햇빛이 나면 눈 녹은 물이 떨어지며 대지의 건반을 누를 것이다. 그 빛나는 긴 손가락들 곁에 서 있고 싶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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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료 / 알레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