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3. 2. 5. 06:59

 

 

[가슴으로 읽는 시조] 향일암 동백

 

향일암 동백

 

무리 져 피지 않듯 더불어 지지 않는

봄 품을 밀쳐내며 저렇게 붉다가는

절정은 저런 것인가 목을 꺾어다 바치는,

너 있던 그 자리에 문득 너는 없던

꽃 빈 가지마다 꽃말 툭툭 떨어내던

춥다고 입술을 주고 더 춥다 입술을 받던,

 

                           ―김동인(1960~      )

 

 

입춘 지나면서부터 공기의 촉감이 달라진다. 아직 겨울 속이지만, 봄이 도처에서 고물대는 것이다. 남녘에는 벌써부터 새빨간 동백이 피어 봄을 품어왔다. 동백은 흰 눈 속에 피는 빨강으로 강렬함이 으뜸인데 낙화(落花)마저 송이째 툭툭 지니 묘한 소회를 불러일으킨다. 여북하면 꽃 지는 소리가 시끄럽다 했겠나.

 

꽃잎을 흩으며 지는 여느 꽃들과 달리 동백은 '더불어 지지 않는'다. 그런 결기라면 '목을 꺾어다 바치는' 절정이래도 좋으리라. 그런데 거기 또 겹쳐지는 게 있으니 바로 '입술'이다. 어찌 보면 꽃은 또 다른 입술인데, 동백은 똑 선홍의 진한 입술연지다. 꽃을 '생식기'로 읽어낸 어느 발칙한 시보다는 덜하지만, '춥다고 입술을 주고 더 춥다 입술을 받던' 향일암 동백도 관능을 살짝 건드린다. 저 어딘가 서성이는 봄 피우러 동백 숲에나 들어볼거나. 춥다고, 더 춥다고―.

정수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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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17장 1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