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조리―할머니 이야기
[가슴으로 읽는 동시] 복조리―할머니 이야기
복조리 ―할머니 이야기
내가 어렸을 땐 복조리가 있었단다. 초하루 새벽에 찾아오는 복조리 장수를 할머닌 새해 첫 해돋이보다 더 크게 반기셨단다.
대나무 복조리를 식구 수대로 사들여서 안방에 대청마루에 고이 걸어두시고는 타고난 복만이라도 채워지길 비셨단다.
봄바람 불어오면 제비처럼 날아들까 할머닌 복조리를 둥지인 듯 바라보고 귀한 복 깃들일 날만 손꼽아 기다리셨단다.
―신현배(1960~ )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어른들의 말에 졸음을 참다가 깜빡 잠이 들어 눈을 뜨면 눈부신 새해 설날이었다.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 후 떡국을 먹고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세배를 하던 추억이 어제인 듯 새롭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하고 부르던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떠들썩하니 윷을 놀고 신나게 널뛰던 모습도 눈앞에 선하다.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이 복조리를 사라고 외쳐댔다. 가족 수대로 복조리를 사서 걸어두고 박씨를 물고 오는 제비처럼 귀한 복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던 설날이었다. 이번 설날에도 집집마다 복조리에 복이 가득 담기기를 손 모아 빈다. 이 작품은 내용으론 동시, 형식으론 시조인 동시조(童時調)다.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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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람이라야 복 또한 오래간다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은 자라나고 추우면 시들어 죽는다.
그러므로 성질이 차가운 사람은 받아서 누릴 복도 참으로 박하다.
오직 화기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야
받아서 누릴 수 있는 복 또한 두텁고 오래간다.
-채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