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8회 현충일 추모헌시
그대들은 푸른 단비가 되어 / 곽민관
비가 내리는 유월이 오면
그대들의 신음이 들립니다.
비좁은 어깨로 책임을 짊어지고
사그락 대는 풀 소리에도
잠 한번 들지 못했던 그대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때로는 비관하고
때로는 저주했을 그 운명
민들레 씨앗처럼 사라지고
하루살이처럼 고통스러웠을 그 운명
비가 내리는 유월이 오면
그대들의 신음이 들립니다.
사그락 대는 바람소리에도
잠 한번 들지 못했던 그대들의
눈물이 보입니다.
하루하루 전우의 얼굴이 뒤바뀌고
매시간 포탄구덩이를 메우는 주검과
눈 깜빡이면 날아드는 포화 속에
그대들은 천 갈래 만 갈래 찢겨나가
유월의 비가 되었습니다.
그대들을 보낸 어머니는
뒷마당에 또 독이는 빗방울에
황급히 문을 열어보고
모진 주름만 늘어가셨습니다.
밤이면 뒤척이다
허전한 옆자리에 눈을 뜬
그대의 아내는
모진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젖도 떼지 못한 갓난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방긋 미소만 지었지요.
그대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직도 가파른 산등성이에 매달려
지천으로 메아리치는 비명이 들립니다.
헐벗은 민둥산의 구덩이 속에서
그대들의 설움이 들립니다.
울지 마소서 호국영웅들이여
빗방울이 된 그대들은
메마른 강토를 적시고
푸른 생명을 피워냈습니다
초근목피에 헐벗은 가족을 감싸 안고
그들을 배불렸습니다.
포탄에 벗겨진 민둥산을
부드러이 꽃 피우고
수많은 아들, 딸에게
꿈의 그릇을 물려주었습니다.
부디, 울지 마소서 호국영웅들이여
그대들이 잠든 대지에서
그대들을 기억하는 우리들이
그대들에게 한없는 축복을 드리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충일 노래 - 조지훈 詩 - 임원식 曲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임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아 그 충성 새로워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