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미끄럼틀 선생님
무너미
2014. 1. 16. 07:42
가슴으로 읽는 동시 미끄럼틀 선생님
미끄럼틀 선생님
콰당 장난꾸러기 친구가 넘어져 번쩍 정신 차리라 하네
아픈 엉덩이 문지르며 울상 짓는 개구쟁이
우리 교실 바닥은 미끄럼틀 선생님
우리 반 모두모두 미끄럼틀 선생님이 무섭나 봐
조심조심 고양이 걸음 살금살금 개미 걸음
-서향숙(1952~ )
▲유재일
이 동시를 읽으면 교실 바닥에 초를 칠해서 반질반질 윤을 내던 때의 교실이 떠오른다. 청소 시간이면 반별로 시합이라도 하듯 구구셈을 외우며, 때로는 음악 시간에 배운 동요를 부르며 마른걸레로 닦고 또 닦았다. 힘은 들었지만 윤을 낸 바닥이 참 보기 좋았다. 교실 바닥은 얼굴이 비칠 듯 거울처럼 반질반질했고, 교실은 방처럼 아늑했다.
아이들은 반질반질 윤을 낸 교실을 고양이 걸음으로 조심조심, 개미 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었다. 교실 바닥은 걸음걸이와 마음가짐을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미끄럼틀 선생님이었다. 교실 바닥뿐만 아니었다. 교실에 있는 모든 것이 아이들에겐 선생님이었다. 가지런히 반듯하게 놓인 책걸상도, 말끔하게 닦인 유리창도 선생님이었다. 바르고 맑은 마음으로 자라라고 가르치는.
이준관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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