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4. 1. 30. 08:1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새해

 

새해

 

설날은

눈이 와야 멋지다.

씽씽 썰매도 타고

둥글둥글 눈사람도 만들고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

힝- 강아지가 달려도 재밌다.

 

그냥 눈 속을 마구 달리면

우쭐 나이 한 살 솟는다.

 

새해 첫날

흰 눈이 새하얀 마음 갖고 왔다.

골목마다 웃음이 퍼지면

나무에도 눈꽃이 날린다.

 

세 뱃길에 눈꽃 보고 가자

새하얀 마음 갖고 가자

설날은

눈이 와야 더 멋지다.

 

-김영일(1914~1984)

 

 

설날은 어른들한테도 즐거운 명절이지만 아이들에겐 더 큰 명절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 오신 설빔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새 구두를 신어보고 또 신어보며 설날을 기다렸다. 부침개를 부치는 냄새에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며 연신 코를 큼큼거리고 까치도 신이 나서 감나무에 와서 울어대었다.

 

설날 이른 아침 할머니는 가족 수대로 복조리를 사서 걸어 두고 복을 빌었다. 차례를 지낸 뒤 떡국 한 그릇 먹고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받던 세뱃돈은 얼마나 뿌듯했던가! 친척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가 세배를 드리면 세배상을 차려주고 세뱃돈도 주었다. 흰 눈이라도 내리면 마치 복이 소복이 쌓인 듯 가슴이 설레었다. 눈을 밟으며 가면 절로 마음이 정갈하고 깨끗해지던 세뱃길, 그 눈부시게 아름답던 길이 그리워진다.

 

이준관 |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