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뻐꾸기
뻐꾸기
뻐꾸기 울음 든 산 그늘도 드는 산빛 그 절구(絶句) 내처 듣다 그만 마음이 빠져 내 안에 둥지 틀었다 저 뻐꾸기 듣도록
팽팽히 길어 올린 한 동이 쑥빛 울음 골짜기 긴 골짜기 뻑 뻐꾹 뻐꾹 뻐꾹 울음에 울음을 치대 차지게도 구성져
깊은 계곡 쏟아지는 속이 다 부신 물처럼 뻐꾸기는 울 줄 안다 울음 울 줄 안다 녹음에 헹군 울음 한 폭 뙤약볕에 내걸 줄 안다
―김동호(1958~ )
뻐꾸기 울음이 그리 차지게도 구성지던가. 하긴 '우는 자도 속이 있어 운다'고, 탁란(托卵)을 돌아보면 울음에 이끼가 낄 만도 하다. 개개비, 멧새, 노랑때까치 등의 둥지에 한 개씩 알을 낳아놓고 자라기를 천연덕스럽게 기다리는 뻐꾸기. 때론 그 집 새끼를 밀어내고 제 새끼를 기르게도 하니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본능의 새다.
하지만 그게 뻐꾸기의 숙명이라면 어쩌랴. '팽팽히 길어 올린 한 동이 쑥빛 울음' 쏟을 때마다 산도 물이 들 밖에…. '울음에 울음을 치대' 울어대니 온 골짝이 그저 같이 울밖에…. 요즘 보면 같이 울어주는 마음만큼 큰 위안도 없다. 그나저나 '녹음에 헹군 울음' 속으로 마음 빠뜨린 이들은 산을 통째 메고 더 깊이 들어갔다던가.
정수자 | 시조시인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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