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4. 6. 20. 06:25

 

 

 

가슴으로 읽는 동시 붓꽃

 

붓꽃

 

하굣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힘껏 뛰었다

게임방 입구에서 잠시 피했다가

다시 뛰었다

피자 집 담벼락에 붓꽃 한 송이

우산도 안 쓰고 비를 맞고 있었다.

빗줄기가 세차게 때리는데도

눈을 감고 꿋꿋이 이겨내고 있었다.

나도 뛰던 걸음을 멈추고

붓꽃이 되어 서 있어 보았다

멀리 골목 어귀에서

엄마가 우산을 들고

붓꽃처럼 웃고 서 있었다.

 

―최명란 (1963~       )

                          ▲유재일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계절이 되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내리는 소나기는 얼마나 반가운가. 소나기가 쏴아- 쏟아지면 풋풋한 비 냄새와 풀냄새가 상큼하게 풍겨온다. 옥수수밭에 떨어지는 굵은 소나기 빗방울은 옥수수 알로 촘촘히 박혀 익어가고, 해바라기 밭에 내린 빗방울은 해바라기 씨앗으로 쿡쿡 박혀 여물어간다.

 

그러나 소나기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이 동시에 나오듯 하굣길에 갑자기 만나면 큰 낭패다. 소나기를 피해 힘껏 뛰다가 아이는 비를 맞고 있는 붓꽃을 본다. 세찬 빗줄기에도 눈을 감고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붓꽃을 보고 아이는 붓꽃처럼 서 있어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또한 이럴 터이다. 뜻밖에 소나기를 만나듯 힘들고 괴로운 일과 마주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우리도 붓꽃처럼 꿋꿋이 서 있어 보자. 그러면 소나기 굵은 빗방울은 우리 마음속에 알알이 씨앗으로 여물어 가리라.

 

이준관 | 아동문학가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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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