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山行(산행) 산길
무너미
2014. 6. 21. 08:50
가슴으로 읽는 한시 山行(산행) 산길
山行(산행) 산길
우곡(愚谷) 강백(姜栢·1690~1777)
▲유재일
18세기 서울에서 활동하던 시인 우곡(愚谷) 강백(姜栢·1690~1777)은 여행을 즐겼다. 언젠가 산골 마을을 가다가 소를 몰고 가는 농부에게 눈길이 갔다. 그 곁에는 소밖에 없다. 터벅터벅 길을 걸으며 소는 여물인 양 곡식을 뜯어 먹는다. 농부가 깜짝 놀라 이놈 저놈 하면서 채찍을 내리쳐도 능청맞게 새김질하며 걷는다.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오니 이제는 부엌에서 저녁밥 하던 아주머니가 뭐가 비위가 틀렸는지 야단을 친다. 온종일 소는 지청구만 실컷 얻어먹는다. 농부 내외는 화풀이 상대가 소밖에 없나 보다. 이 산골 마을에서 시인이 들은 대화는 그것밖에 없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프리미엄조선
※지청구 -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