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4. 7. 26. 11:36



가슴으로 읽는 시조 장마


장마


주륵 툭,

주륵 툭,

밑실 끊어지는 소리


빗줄기 가만가만 실눈에 꿰어


그리움 한 겹 덧대는

축축한 날

축축한 속


피복이 벗겨져나간 빗줄기가 닿으면

섬뜩, 감전될 것 같은 저 물창살

자발적 가택연금에도

바깥이

그립다


―이애자(1955~     )


                         ▲김성규


올처럼 장마를 기다리긴 처음인가 하면 아니다. 몹시 가무는 불볕 여름이면 장마라도 오지, 했던 적이 더러 있었다. 올해는 마른장마로 지나가나 했는데, 빗소리가 퍽 반갑다. 곡식들은 물론 물에 기대 사는 목숨은 다 비를 기다렸다. 폭우만 아니라면 며칠씩 들이닥치는 비의 방문도 기꺼이 맞을 정도다.


'주륵 툭' '밑실 끊어지는 소리'로 시작돼 끝없이 이어지는 장맛비. 처음엔 '실눈에 꿰어 / 그리움'을 덧대던 빗줄기도 곧 기세가 등등해지며 감전이 두려울 정도의 '물창살'로 변하곤 한다. 그래도 큰 피해 없이 안에서 바라보는 장마는 비의 나라 주민이 되어보는 여름날의 경험. 폭설 속의 눈 나라 주민처럼 늘 반복되는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이다.


그 속의 '자발적 가택연금'이라면 길게 즐길 만도 한데, 그래도 '바깥'이 그립단다. 그 바깥이 단순히 '바깥'일 뿐이랴. '일잔' 같은 바깥의 권속도 그리우려니….


정수자 | 시조시인

[출처] 프리미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