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4. 9. 12. 06:40



가슴으로 읽는 시조 일곱 빛깔


일곱 빛깔

 

어머니는 혼신을 다해 그릇을 만드셨다

그중 하나는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고

나머지 여섯 그릇은

덧칠을 하고 있다

 

금이 간 그릇은 자꾸 눈물을 쏟고

잘 닦인 그릇은 반짝, 주위를 밝혀준다

명절엔 제 빛으로 서로

벌어진 틈을 메운다

 

김선화(1959~        )

            ▲일러스트 : 이철원


예전 명절은 남녀노소 모두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었을까. 온갖 과일과 곡식이 잘 익어 좋은 사람들과 즐기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다. 그런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덕담이 무색하게 명절에 더 힘든 사람이 많다. 부모 형제 편안한 집보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청춘이나 '홀로 추석' 사정이 느는 것이다. 명절에나 만나는데 그간의 봉합이 터져 울근불근하는 형제도 많다. '명절날 형제를 잃다'(박현수)라는 시처럼.

 

그래도 몇 발 물러나 생각하면 우린 모두 어머니가 '혼신을 다해' 만드신 그릇. 더러 먼저 가거나 깨지거나 했어도 명절이면 모여 어렵던 시절의 추억이며 사람살이 애환을 나눠야 더불어 살아가는 힘도 얻는다. 이제라도 '제 빛으로 서로 / 벌어진 틈을 메운다''자꾸 눈물을 쏟''금이 간 그릇'도 다시 빛을 찾지 않을까. 반짝, 서로 새로 비추도록.

 

정수자 | 시조시인

[출처] 프리미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