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4. 9. 15. 06:35

 

 

가슴으로 읽는 한시 卽事(즉사)

 

卽事(즉사)

 

慣病渾忘病(관병혼망병)    병에 젖어서 병든 줄을 까맣게 잊고

長閑却厭閑(장한각염한)    늘 한가해서 한가함이 되레 싫구나.

補階臨淨綠(보계임정록)    계단을 고쳐 맑고 푸른 물을 내려다보고

刊樹露孱顔(간수노잔안)    나뭇가지 잘라내어 산봉우리 드러낸다.

灌竹晨仍夕(관죽신잉석)    대나무에 물을 주며 아침저녁 다 보내고

尋雲往復還(심운왕부환)    구름을 뒤쫓아서 갔다가는 돌아온다.

淸宵更無事(청소갱무사)    밤이 되면 할 일이 더는 없기에

邀月倚松關(요월의송관)    달을 마중하러 사립문에 기대선다.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1563 ~1633)

                        ▲일러스트 : 이철원

 

조선 중기의 저명한 문신이자 학자인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1563 ~1633)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다. 긴 병을 앓다보니 무료하고 심심하여 못 견디겠다. 그래서 병자라는 것도 잊고 소일거리를 찾아본다. 계단을 고쳐 맑은 못도 내려다 보고, 무성한 가지를 쳐서 푸른 산도 후련하게 보이게 한다. 대나무에 물을 준다고 괜히 아침저녁 오락가락하고, 흰 구름을 찾아 산 아래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낮에는 그럭저럭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문제는 밤이다. 더는 일할 거리가 없어 달을 구경한다는 핑계로 문밖을 나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 것만 같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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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적기(適期)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고, 시간은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고, 후회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차제에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나중에 후회할 일은 지금 하지 말아야 하고,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 안성기 외,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