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점 맞기
가슴으로 읽는 동시 백 점 맞기
백 점 맞기
엄마가 얘기했지? 문제는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한 문제 안 틀리는 거 그게 실력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그랬니 안 그랬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니까 이 모양이지 꼭 한 개씩 틀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근데 너 왜 울어?
―진현정(1972~ )
▲ 일러스트 : 이철원
이 동시를 읽으면서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을 울리는 건 아닌지. 백 점을 맞지 못했다고 아이를 다그치고 닦달하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마의 야단에 고개를 푹 숙이고 울먹이는 아이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아이를 다그치고 을러메어 결국 울게 만드는 '백 점 지상주의' 엄마들의 자화상을 짧은 시 속에 잘 보여주고 있다.
어디 엄마뿐이랴. 우리는 모두 '한 문제 안 틀리는 것'을 진짜 실력으로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얘기했지?"에 담겨 있는 고압적인 목소리,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에 담겨 있는 아이의 귀에 딱지가 앉게 반복되는 잔소리. 아이들을 백 점에서 놓아줄 수는 없는 것일까? 맘껏 뛰어놀고 맘껏 책을 읽고 지내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근데 너 왜 울어?"라는 말 속에 '백 점 맞기'에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겹쳐진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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