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5. 3. 4. 05:23
[가슴으로 읽는 한시] 섬강에서
해좌(海左) 정범조(丁範祖·1723~1801)는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 살았다. 봄이 찾아온 섬강가 그의 집으로 손님이 찾아온다는 전갈이 도착했다. 대시인 신광수(申光洙) 일행이 여주에서 온다는 것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올까 바라보니 안개를 뚫고 배를 타고 오는 손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작은 마을에 푸른 물살 가르는 부드러운 노 소리가 정겹다. 반가운 벗을 만났으니 산사에 가서 한 이불 덮고 잠도 청하고, 낚시터에서 고기도 낚아본다. 그것만으로는 아쉽다. 배를 끌고 아름다운 꽃이 핀 데까지 다녀와야겠다. 날이 풀리고 꽃이 핀다. 소식이 뜸했던 친구로부터 소식이 기다려질 때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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