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5. 3. 27. 07:11

 [가슴으로 읽는 한시] 花糕(화고)꽃지짐

花糕(화고) 꽃지짐

 

當筵不厭近爐烟(당연불염근노연) 잔치가 열릴 때는 화롯불에 바짝 붙어도 좋아

抟麵油铛耐可煎(단면유당내가전) 기름 두른 솥 위에 쌀가루 뭉쳐서 지짐을 부쳤네.

 

疊蘂渾成單葉白(첩예혼성단엽백) 꽃술을 포개어 하얀 꽃잎사귀 멋지게 만들고

攤錢稍大五銖圓(탄전초대오수원) 동전을 흩뿌리듯 둥근 엽전보다 더 크게 펼쳐놨네.

 

始撈流濕停簞上(시로유습정단상) 기름기 떨어지는 것을 막 건져내 소쿠리 위에 얹어놓고

乘熱輕明響齒邊(승열경명향치변) 부드럽고 따끈할 때를 놓치지 않고 이로 물어 아삭아삭 씹어 먹었네.

 

縱道啖花無色味(종도담화무색미) 꽃을 먹는다는 것이 멋도 없고 맛도 없다 말할지라도

此糕只似愛名然(차고지사애명연) 꽃지짐이란 그 이름이 좋아 이 떡을 그렇게 먹었는가 보다.

 

'주영편(晝永編)'의 저자 정동유(鄭東愈·1744~1808)

                         일러스트 : 이철원

 

'주영편(晝永編)'의 저자 정동유(鄭東愈·1744~1808)가 지었다. 봄이고 가을이고 꽃이 필 때면 꽃잎을 따다가 지짐을 해먹었다. 먹는 즐거움에 보는 기쁨까지 선사하는 별미였다. 시인은 여성이 해다 주는 것을 먹기만 해도 됐을 텐데 거기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만들었다. 꽃잎을 따다 엽전보다 조금 크고 둥근 떡 위에 얹으면 예쁜 꽃무늬가 만들어졌다. 기름을 두른 솥에 지져내어 조금 식힌 뒤 입에 넣으면 치아 사이에서 맛있게 씹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밖으로 나와 꽃지짐을 즐기는 어느 날 풍경이 군침을 돌게 한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