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5. 3. 30. 05:35

[가슴으로 읽는 시조]

 

일러스트 : 이철원

 

 

내 마음의 빗살무늬 흙그릇을 앞에 놓고

생목을 조여오던 비의 말을 들었던가

함께 짠 시간의 피륙 어디에도 없는 비

가슴 속 물웅덩이 울음 우는 물웅덩이

메우듯 오는 비에 어느 뉘 발자국인가

몸 먼저 알아채는가 살 냄새 훅! 닿는다

 

-한분옥(1951~           )

 

 

 

지난 겨울 눈이 적다 싶더니 메마른 논밭이며 바짝 줄어든 저수지 소식이 잦다. 봄철에 갈라지는 논바닥을 보는 것보다 목마른 노릇도 없다. 그럴 때마다 '생목을 조여오던 비의 말을' 들을지라도 비가 흠씬 다녀가길 빌게 된다. 비록 '가슴 속 물웅덩이'가 파이고 '울음'만 그득 실은 '물웅덩이'에 빠져 힘들더라도 비가 좀 길게 내려 고루 적셔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해진다.

 

빗소리에는 촉촉이 감겨오는 것들이 있다. 특히 봄밤의 빗소리에는 '어느 뉘 발자국인가' 기울여본 추억이 더 깊을 법하다. 멀리서 비 냄새가 끼치기 시작하면 괜스레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 시간들. 그런 비의 말은 몸이 '먼저 알아채'기도 하려니 '살 냄새 훅! 닿는다'는 파문에 빠져 덩달아 서성거린다. 하긴 지금은 꽃망울마다 후끈 달아 있을 때. 곧 터질 꽃들의 숨소리로 천지가 고요히 소란하니 비도 그 촉감이 그립겠다.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

인생이란

    인생이란 끊임없이 콤플렉스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그 일을 시작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인생의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