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5. 4. 29. 05:16

[가슴으로 읽는 동시] 꽃씨 편지

 

꽃씨 편지

 

꽃씨들이

날아간 쪽으로

하늘이 금방

팽팽해졌다

 

하나님만 아시는

저 꽃씨 글자를

천사들이 다투어

읽는가 보다

 

다 읽은 꽃씨들은

땅으로 보내져

애기메꽃, 민들레,

은방울꽃

그런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들보고

한 번쯤

읽으라고

 

논두렁, 보리밭,

시냇가로

해마다 이맘때면

자꾸만

불러내는 것이다

 

유재영(1948~ )

                       ▲일러스트 : 송준영

 

하늘로 날아간 꽃씨를 글자로 비유한 시인의 생각이 참 아름답다. 하나님만 아시는 '꽃씨 글자'라는 비유도 아름답지만, 그 꽃씨들이 땅으로 보내져 애기메꽃, 민들레, 은방울꽃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 또한 아름답다.

 

이 동시처럼 해마다 이맘때 피는 꽃들은 '천사들이 다투어 읽고 보낸 꽃씨 편지'일 것이다. 우리들보고 한 번쯤 읽으라고 논두렁, 보리밭, 시냇가로 자꾸만 불러내는 천사의 편지일 것이다. 이 동시에 나오는 '애기메꽃, 민들레, 은방울꽃'이라는 꽃 이름도 천사 이름처럼 맑고 순수하다. 봄에 피는 꽃들은 어느 꽃이든 모두 천사의 편지 같은 꽃들이다. 그렇기에 봄꽃을 보면 우리들 가슴은 천사의 향기로 가득해진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