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5. 5. 27. 04:40

[가슴으로 읽는 시조] -

 

일러스트 : 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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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촉촉하게 푸르게 살아 있는 동안은

-무라 불리지 않는다

무슨무슨 나무일 뿐

 

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

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

다 떠나 보내고 나서

-무가 되는 나무

 

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

 

-김동찬(1958~ )

 

나무들은 아무리 봐도 눈부시다. 날로 싱싱 내뿜는 신록의 새 빛! 맑은 산소부터 다 주고

가는 나무의 생은 성자(聖者)로 추앙받아 마땅하다. 나무로 자라기까지, 늙거나 베이거나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그 사후에까지 나무는 제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간다. 휴지며 의자며 책으로 생을 바치는가 하면, 천년도 넘게 살며 인간의 역사를 적기도 한다.

 

큰 나무 밑 지날 때 숙이지 않을 수 없는 연유다. 특히 '무슨 무슨 나무일 뿐'이던 나무들이 '-'가 되는 과정은 아름답고 지극하고 성스럽다. 아픈 자의 '목발''맑은 노래'도 되는 나무. 목발로 오월을 건너며 나무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그것을 불성(佛性)이라 불러본다. 해탈 또한 나[]가 무()가 될 때 그러하려니-.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