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5. 12. 16. 09:31

[가슴으로 읽는 동시] 싸움한 날

 

싸움한 날

 

싸움하고

집으로 가는 날

내 그림자는 더 길어지고

마을은 더 멀어집니다.

 

나는 바람 찬 언덕 위

앙상한 겨울나무.

 

어머니의 따슨 손이

내 마음을 녹이고

어머니의 사랑의 말씀이

눈물이 됩니다.

 

그날 밤

밤새도록 달려갑니다.

달을 안고

친구에게로 달려갑니다.

 

김종영(1947~ )

           ▲일러스트 : 이철원

 

아이들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다가도 토닥토닥 다투고 싸운다. 이 동시 속의 아이도 무슨 일로 친구와 싸운 모양이다. 친구와 싸운 날 혼자 타박타박 집으로 가는 아이의 그림자는 더 길어지고 마을은 더 멀기만 하다. 아이의 마음은 '바람 찬 언덕 위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외롭고 쓸쓸하다.

 

그런 아이를 어머니는 '따슨' 손으로 마음을 녹여주고 사랑의 말씀으로 타이르고 위로해 준다. 그러자 아이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 눈물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싸운 것을 후회하는 눈물일 터이다. 싸운 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밤새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 아마 달님도 그런 아이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을 것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