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6. 1. 20. 15:41

[가슴으로 읽는 동시] 돌아온 할머니


돌아온 할머니

 

요양원에 갔던 할머니

돌아오셨다

할머니 방에 있는

장롱도 웃고

서랍 속의 빗도 웃었다

 

누워 있는 할머니 곁에 앉아서

-할머니, 집에 오니까 좋지요?

할머니는 아무 대답이 없다

 

할머니

손가락이 가늘어지고

얼굴이 내 주먹만 해졌다

 

손을 만지고

얼굴을 만져 보아도

눈을 꼭 감고

누워 계신다

 

할머니가

-내 강아지

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 거다

 

송명숙 (1957~)

            ▲일러스트 : 이철원


할머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참 애틋하다. 할머니가 돌아오자 장롱도 빗도 모두 반가워한다.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것은 아이다. 할머니 방이 보고 싶던 할머니 냄새로 가득하다. 그러나 요양원에서 돌아온 할머니는 예전의 건강한 몸이 아니다.

 

눈을 꼭 감고 누워 계시는 할머니가 '내 강아지' 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에서 아이의 사랑이 느껴진다. 요양원에 갔던 할머니도 아이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랴. 몸이 수척해져서 눈을 꼭 감고 누워 있는 아픈 할머니의 모습이 참 애잔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시 건강을 되찾아 '내 강아지' 하고 부를 거다, 아이의 간절한 소망이 있기에.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