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6. 3. 2. 17:32

       [가슴으로 읽는 동시] 혼자서 집 보는 날


혼자서 집 보는 날

 

또옥 또옥 또옥

 

몰랐다

물방울 소리가 이렇게 큰 줄을

 

뻐꾹 뻐꾹 뻐꾹

 

몰랐다

하루 시간이 이렇게 긴 줄을

 

한 시, 두 시, 세 시 넘어도

식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고

 

혼자서 집 보는 날

 

몰랐다

우리 집이 이렇게 넓은 줄을

 

오인태 (1962~ )

               일러스트 : 이철원


집은 가족의 웃음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로 가득해야 비로소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집'이 된다. 밥 짓는 냄새, 찌개 끓이는 냄새, 엄마 냄새로 가득해야 비로소 정겹고 따스한 '우리 집'이 된다. 가족이 없는 텅 빈 집은 남의 집처럼 낯설고 을씨년스러울 뿐이다.

 

혼자 집 보는 날 아이에게는 작은 물방울 소리도 오싹 무서울 정도로 크게 들린다. 가족으로 가득할 때는 좁게만 느껴지던 집도 을씨년스럽게 넓게만 느껴진다. 시간도 멈춘 듯 더디 가고 하루가 길기만 하다. 가족이 없는 집은 아이에겐 남의 집 같고 텅 빈 집만 같다. 혼자서 집 보는 날 아이가 새삼 깨달은 것은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