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6. 4. 20. 07:05
[가슴으로 읽는 동시] 꽃비
꽃비
먼 산에
꽃비
비그르르 돌아
마을에
내려서
살구꽃 된다.
살구꽃
환한 마을을
비그르르 돌아
뜨락에 내려서
나비가 된다.
먼 산에 꽃비
내 눈 속에 꽃비.
―김사림(1939~1987)
▲일러스트 : 이철원
오늘은 곡우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 곡우에 오는 비는 농사지을 땅을 찰지게 하는 약비이기도 하지만 온 세상에 꽃을 피우는 꽃비이기도 하다. 이 동시처럼 꽃비는 마을에 비그르르 돌아내려서 살구꽃이 되고 나비가 된다.
꽃비 내려 살구꽃 피면 온통 꽃 대궐이 되는 마을. 그 마을의 아이들은 꽃잎으로 밥을 지으며 소꿉놀이를 하고 병아리는 꽃잎을 물고 종종걸음을 친다. 어머니는 밭에 심을 옥수수 모종을 챙기고 아버지는 못자리에 뿌릴 볍씨를 고른다. 마을에는 꽃비, 논밭에는 약비 내리는 마을. 그 마을에 가서 꽃비에 흠뻑 젖고 싶어진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