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6. 5. 18. 06:59

[가슴으로 읽는 동시] 손 내밀걸


손 내밀걸

 

어디 아픈 걸까?

아직 화가 덜 풀린 걸까?

 

문자라도 올까

휴대전화만 보는 날

 

화단에 핀 꽃들도

풀이 죽었다

 

별것도 아닌데

먼저 손 내밀걸 그랬지

 

운동장 한 귀퉁이에 앉아

구슬 두 알 굴려본다

 

단짝 민우 결석한 날

잘못은 운동장만큼 커지고

나는 구슬처럼 작아진다

 

이유정 (1963~ )

               일러스트 : 이철원


아이들은 토닥토닥 잘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풀어지기도 잘한다.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 줄도 알고, 친구가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고 맞잡을 줄도 안다. 아이들은 ", 공 안 찰래?' 하는 말 한마디나 '씨익- 웃는' 웃음 하나에 금세 화난 맘이 풀어져 도란도란 잘도 어울려 논다.

 

이 동시 속의 아이도 친구와 다툰 일이 내내 맘에 걸려 안절부절못한다. 다툴 때는 큰일 같아도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이다. 그리고 나의 '잘못은 운동장만큼 커지고 나는 구슬처럼 작아지기만' 하는 법이다. 우리 사회도 아이들처럼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먼저 손 내밀고, 그 내민 손 뿌리치지 말고 서로 맞잡고 갔으면 좋겠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