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6. 7. 13. 06:52

[가슴으로 읽는 동시]

 

 

엄마 등에 업혀

응급실 다녀오는 밤

 

달도

아픈지

핼쑥한 얼굴로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달은

내 걱정

나는

달 걱정

 

아픈 달은

누가 집에 데려다주었을까?

 

고영미 (1964~ )

              일러스트 : 이철원


이 동시를 읽으면 어린 시절 한밤중에 아파서 엄마 등에 업혀 병원에 갔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날 밤의 엄마 등은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했던가. 밤길 환히 밝혀 주며 집까지 바래다주던 달은 또 얼마나 정겨웠던가. 모두들 걱정해 주던 밤, 그래서 오히려 행복한 밤이었다.

 

이 동시 속 아이는 자신보다도 더 달을 걱정한다. '달은 내 걱정을 해 주고, 나는 달을 걱정해 주는 밤', 그런 달밤이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서로를 걱정해 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아이도, 달도 아픈 것이 금세 나아 얼굴이 다시 밝고 환해졌을 것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