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6. 8. 24. 06:17
[가슴으로 읽는 동시] 유자나무
유자나무
"네가 우리 섬마을 살린다."
나무 밑 지나가던
사람들 칭찬에
유자나무는
신이 나
소금기 마를 날 없었던
지난날 딛고
가지마다
노란 유자 내건다
갯비린내 사라지고
향기가 퍼진다
-김이삭 (1967~)
▲일러스트 : 이철원
유자나무는 유난히 향기가 짙은 나무다. 여름에 피는 하얀 유자꽃에서도, 가을이면 섬마을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유자 열매에서도 향긋한 내음이 난다. 그런 유자나무는 섬마을을 대대로 지키며 섬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리고 '소금기 마를 날 없었던 날'을 딛고 가지마다 노란 유자를 내걸어 섬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든든한 살림꾼이 되었다.
'소금기 마를 날' 없어도 열매 속을 향기로 채우는 유자나무와 '갯비린내 사라질 날' 없어도 마음속을 향기로 채우며 사는 섬마을 사람들은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짙푸른 바다와 노란 유자 열매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섬마을. 그곳에 가면 가슴이 유자 향기로 가득해질 것만 같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