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무너미
2016. 10. 15. 05:59
[가슴으로 읽는 한시]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하씨네 집은 남쪽 포구에 깊숙이 꽂혀 있어 문밖에는 망망한 바닷물이 구름을 치고 저 멀리 가위로 자른 듯 펼쳐진 갈대밭은 저녁 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뒤흔들리네.
갈대는 두 길보다 크게 자라서 일찍 핀 꽃은 옅게 희고 늦게 핀 꽃은 새하얀데 반은 솟고 반은 꺾어져 제방 따라 어지러운 갈대꽃이 사각사각 배로 다가와 얼굴을 스치고 가네. | 南湖放舟(남호방주)
河家屋子揷湖濆(하가옥자삽호분) 門外茫茫水拍雲(문외망망수박운) 極望葦梢平似剪(극망위초평사전) 晩風回處一紛紜(만풍회처일분운)
蘆葦生成二丈强(노위생성이장강) 早花虛白晩花蒼(조화허백만화창) 半披半折沿隄亂(반피반절연제란) 瑟瑟舟前掠面長(슬슬주전약면장) |
▲일러스트 : 이철원 | 낙하생(洛下生) 이학규(李學逵·1770∼1835)가 1821년의 깊어가는 가을날 김해에서 썼다. 앞바다 남호(南湖)에 배를 띄우려다가 낙동강 하구에 펼쳐진 풍경을 읊은 14수 가운데 두 번째와 네 번째 시다. 구름까지 닿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갈대밭은 장관을 이루며 시야 끝까지 펼쳐져 있다. 갈대잎은 저물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일제히 흔들리며 수런대고, 흰 갈대꽃은 갈대밭 사이로 배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시인의 얼굴을 스치고 달아났다. 저물녘 갈대밭의 장관을 보며 넋을 잃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조선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