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3. 1. 10:2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셋방살이
셋방살이
풀잎이
전세를 놓았다
풀벌레가
전세를 얻었다
풀잎은
전세값으로 노래를 받아
날마다 기뻤다
풀벌레는
전세값으로 노래를 주어
날마다 즐거웠다.
―정갑숙(1963~ )
▲일러스트 : 김란희
야, 천국이다, 극락세계다. 전셋값을 노래로 주고받으니! 어찌 날마다 즐겁고 기쁘지 않겠는가.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시인은 이런 세상을 꿈꾼다. 누구나 이런 세상이면 살맛 나지 않겠는가. 3월은 봄의 첫 디딤돌이자 이사철이기도 하다. 요즘 전세금이 하늘처럼 높다. 이사하는 어린이도 봄을 지고 다니는 것과 같으니 힘겹겠다. 풀잎 마을과 풀벌레 주민의 삶을 베껴 입히고 싶다. 필자도 시골에서 단칸 셋방살이를 했다. 부엌문이 양철 거적이어서 눈발이 날아들었다. 주인은 전기료를 우리에게 다 내라고 했다. 어이없었다. 교사여서 다투면 욕먹을까 봐 그냥 내고 말았다. 쓰라린 셋방살이였으나, 신혼 때여서 참을 만했다, 호호. 지금은 추억으로 둥실 떠있다.
박두순 동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