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산수유는 피어
무너미
2017. 3. 17. 21:04
[가슴으로 읽는 시조] 산수유는 피어
▲일러스트 : 이철원 | 산수유는 피어
실로폰 두드리듯 실개천 풀리는 소리 입덧 같은 산수유꽃 하늘까지 물들이면 해마다 도지는 봄앓이 나는 또 열일곱이다 곰삭은 슬픔이란 때론 꽃밭이어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햇살에 내놓으면 내 몸을 질러온 터널, 어지럼증 저 꽃사태
―유영애(1944~)
이른 봄꽃의 가솔인 산수유꽃이 천지간에 노랗다. 가지를 꺾어 확인할 만큼 생강나무꽃과 닮은 산수유꽃. 그런데 '입덧 같은 산수유꽃'이라니 꽃샘바람 속에 일찍 피는 고역이 더 짚인다. 그렇게 피어난 꽃들이 '하늘까지 물들이면' 봄나들이 발길들도 덩달아 꽃구름을 피운다. |
'실로폰 두드리듯 실개천 풀리는 소리'에 달뜬 마음은 이미 어느 꽃그늘을 서성이리. '해마다 도지는 봄앓이'를 어쩌겠나. 다시 '열일곱'이 되어 만발한 꽃사태 속을 울렁이며 또 지날밖에. 그러다 보면 '곰삭은 슬픔'도 '때론 꽃밭'이 되나 보다. 한 해 한 해 느는 듯한 아픔도 잘 다독여 가면 언젠가는 꽃으로 피려나.
꽃폭죽을 노래 삼아 봄은 씨앗들에 연일 새 숨을 불어넣을 게다. 여기저기 터지는 산수유꽃 아래 들어서 본다. 올봄은 더 아찔해도 좋으리. 꽃터널 저 앞에 새 빛이 서려니!
정수자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