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5. 5. 08:31


[가슴으로 읽는 시조] 비 맞는 아이


비 맞는 아이

 

우산을 쓰고 가다가

문득 만난 비 맞는 아이

 

그냥 갈까? 같이 받칠까?

둘이 쓰기엔 작은 내 우산

 

망설인

빗줄기 사이로

멀어져간 아이 생각.

 

빗발은 더욱 세차고

나는 집에 다 왔는데

 

그 아인 집에 갔을까

흠뻑 젖어 다 갔을까

 

그 생각

손톱 밑 가시

내 마음이 아리다.

 

서재환(1961~)

우산 같이 받치는 마음도 귀해졌다. 낯선 이와 우산 반쪽 나누기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폐 끼치기 싫거나 아무나 들이기 싫거나 매한가지. 좁은 공간 나누기 꺼리는 것은 좁은 마음보다 영역에 예민해진 까닭이 클지도 모른다.

 

같이 쓰자 할까, 망설이다 비 맞는 사람 지나친 경험은 누구나 있을 법하다. '비 맞는 아이'라면 더더욱 '손톱 밑 가시'로 오래 켕기겠다. 우산 같이 쓰던 시절 돌아보면 '둘이 쓰기엔 작은 내 우산'이란 이즈음 우리네 마음 씀씀이와 많이 닮았다.

 

사진 찍던 기자가 아이부터 안고 뛰었듯, 많은 아이들에게 우산이 절실하다. 비 가릴 집조차 없는 아이들 위한 우산은 언제나 갖출지. 혼자 비 맞는 아이 없는 어린이날을 빌어본다. 초록 웃음들 만판 뛰놀 수 있는 세상을.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