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강 언덕 저녁 산보
무너미
2017. 5. 13. 09:10
[가슴으로 읽는 한시] 강 언덕 저녁 산보
▲일러스트 : 윤혜연 정조 순조 연간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시인인 강산(薑山) 이서구(李書九·1754∼1825)가 지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한강 가로 나갔다. 옷자락 바람에 날리며 도강객으로 붐비던 나루터에 나가보니 어부의 집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누르스름하게 피어오른다. 수풀 뒤편에 떠오른 초승달은 날아가는 모양새이고, 뱃머리 쪽에서는 한기조차 느껴진다. 과객도 어부도 사라진 강가는 적막하다. 그때 마침 물새가 그 적막함을 깨면서 울고, 바람결에는 언덕에 핀 꽃향기가 실려 온다. 날이 저물었다. 멀리 떠난 그 사람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 행여나 이 나루터를 통해 올까 기대했으나 괜한 바람이었다. 보람도 없이 그리워하며 속만 태울 때 강가의 고즈넉한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