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6. 5. 04:16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눈들 영감의 마른 명태

 

눈들 영감의 마른 명태

 

눈들 영감 명태 자시듯이란 말이 또 질마재 마을에 있는데요. , 용해요. 그 딴딴히 마른 뼈다귀가 억센 명태를 어떻게 그렇게는 머리끝에서 꼬리끝까지 쬐끔도 안 남기고 목구멍 속으로 모조리 다 우물거려 넘기시는지, 우아랫니 하나도 없는 여든 살짜리 늙은 할아버지가 정말 참 용해요. 하루 몇십 리씩의 지게 소금장수인 이 집 손자가 꿈속의 어쩌다가의 떡처럼 한 마리씩 사다 주는 거니까 맛도 무척 좋을 테지만 그 사나운 뼈다귀들을 다 어떻게 속에다 따 담는지 그건 용해요.

이것도 아마 이 하늘 밑에서는 거의 없는 일일 테니 불가불 할수없이 신화의 일종이겠습죠? 그래서 그런지 아닌게아니라 이 영감의 머리에는 꼭 귀신의 것 같은 낡고 낡은 탕건이 하나 얹히어 있었습니다. 똥구녁께는 얼마나 많이 말라 째져 있었는지, 들여다보질 못해서 거까지는 모르지만…….

 

서정주(19152000)('미당시전집', 민음사, 1983)

       

오래전 질마재 마을에 '눈들 영감 명태 자시듯'이라는 말이 있었단다. '()이 들렸'거나 '() 쌓인 들에 살아'서 눈들 영감일까? '딴딴히 마른' 명태를 우아랫니 하나 없이 뼈다귀째 우물우물 자시는 '여든 살짜리'(지금으로 치자면 백스무 살쯤은 족할 게다!) 할배의 식탐이 해학적이다. , , , , , ··· 된소리 센소리들에 침이 튈 것 같다. 부사들, 지시어들, 자탄의 추임새들이 참기름 같다. '신화''똥구녁께'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는 설의와 너스레는 또 어떤가. 이 시에서 나는 '하루 몇십 리씩의 지게 소금장수', '꿈속의 어쩌다가의 떡'과 같은 '' 조어법과, '불가불 할수없이', '그래서 그런지 아닌게아니라' 등의 중첩어법을 배웠다. 우리 입말로 꽃피운, '참 용하고 찬란하' 눈들 영감이시다!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