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6. 29. 17:32
[가슴으로 읽는 동시] 배꼽티
배꼽티
배꼽티 입고 참외 따는 누나를 보고 참외밭에 참외들이 웃었습니다.
-배꼽이 이 정도는 돼야 내놓는 기라.
불룩불룩 배꼽 쥐고 웃었습니다 깔깔깔 낄낄낄 웃었습니다.
―서오근(1943~ ) 누나 배꼽 좀 봐. 조그만 배꼽을 우리더러 보라고 내놓은 거야? 자랑하려면 우리 배꼽 정도는 돼야지. 웃긴다 응, 깔깔깔 낄낄낄. 짓궂은 참외들. 어린이들도 숨어서 누나의 배꼽을 보며 하하하 히히히 할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에 참외 따기도 힘든데, 배꼽티 입었다고 흉보다니. 땀이 줄줄 흐르는데 배꼽티 좀 입기로서니 어때서. 그런 얘기가 아니라고? 웃자고 한 소리라고? 아, 그렇네. '웃었습니다'를 세 번이나 쓴 걸 보니.
누나의 배꼽과 참외 배꼽을 비교해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오네. 참외의 불룩한 황금색 배꼽에 비하면 누나의 배꼽은 조그마해 보잘것없어 보이니. 껄껄껄, 색깔도 좋은 참외 배꼽.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자연의 색깔. 참외가 무르익는 철. 참외밭 풍경이 정겹다. 유머러스한 시의 그늘이 더위를 식힌다.
박두순 동시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