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7. 3. 08:16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파주
내 선친도 칠순이 넘어서는 병원엘 안 다니셨고 팔순이 되어서는 외출복을 버리셨다. 친정집엘 가면 거실에서 밥은 그대로인 밥상을 독대하고 불콰해진 얼굴로 길게 소주 반주를 하고 계셨다. 마르고 긴 목의 목울대가 붉게 돌올하셨던가.
민어철이다. 살아있는 민어의 피를 빼고 회를 뜨면 하얀 살빛에 비린내도 없고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급이다. 민어만 그런 게 아니다. 생고기도 그렇다. 찬물에 피를 빼고 요리를 해야 누린내도 적고 때깔도 곱다. 인간의 몸은 70%가 물이다. 아이는 90%란다. 물이 빠질수록 늙는 것이다. 그러니 피든 땀이든 눈물이든 살아생전 물을 많이 빼고 죽은 사람의 몸은 가볍고 담박할 것만 같다. 파주(坡州)는 언덕이 많은 고을이라는 뜻이다. 어쩐지 그 언덕에는 마른 무덤들이 많았을 것만 같다.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