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이라는 풀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천남성이라는 풀
천남성(天南星)은 2월경에 남쪽 지평선 가까이에서 잠깐 볼 수 있는 별이라서 남극성(南極星), 남극노인성이라 한다. 사람의 수명을 관장해 수성(壽星)이라고도 하는데 이 별을 보면 장수하고 이 별이 나타나면 태평성대 한다고 믿었다. 이 별 이름이 붙여진 풀꽃이 있다. 꽃이 초록인데 잎이 변해 꽃잎이 되었다. 독성이 있는 데다 뱀 머리나 호랑이 발바닥을 닮은 데서도 알 수 있듯, 꽃 같지 않은 꽃이다. 그 꽃에서 시인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였던, 자신으로 인해 할머니가 되었던 사십 년 전부터의 외할머니를 본다. 기다란 물주머니처럼 생겼다니 옆구리에 찬샘 파이듯 살았을 것이다, 외할머니도, 천남성꽃도. 젊은 살결을 숨기고 저승 노잣돈을 품은 듯 시리고 푸르게 살았을 것이다. 그늘지고 습기 찬 곳 어딘가에 천남성꽃 피어 있겠다.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